가난하게 사랑을 받고만 싶어

2021. 10. 11. 00:59일상다반사

 

조만간 시골로 귀촌해서 살아보려고 한다. 이런 계획을 주변에 말했더니 다들 '갯마을 차차차'라는 드라마를 보라고 하더라. 궁금해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는데 드라마에서 나오는 시골 풍경, 사람 냄새, 홍반장이 들고 있는 책까지 모두 내 취향이었다. 그리고 최유리의 '바람'이라는 노래가 너무 좋더라. 원래 노래를 한 곡 반복으로 듣는 스타일이라 하루 종일 듣고 있는데 '가난하게 사랑을 받고만 싶어'라는 가사가 귀에 계속 맴돌았다.

 

'가난하게 사랑을 받고 싶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가수 최유리 님의 대답은 '어떤 걱정이나 고민 없이 사랑을 받기만 하고 싶다.', 사랑'을' 받고 싶다는 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한다.) 이미 뜻이 알려져 있지만 약간 와닿지 않아서 멋대로 해석해보았다.


 

'가난함'은 사람을 배고프고 목이 마르게 한다. 배고픈 사람은 작고 보잘것없는 음식도 맛있게 먹는다. 목마른 사람은 냉수 한 잔에도 감동한다. 가난한(배고픈) 사람은 깊은 맛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먹을 것과 마실 것에 집착하기도 한다. 그런 관점에서 '가난하게 사랑을 받고만 싶다는 말'은 작은 사랑에 감사하고 언제까지나 애절한 사랑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사랑을 목숨처럼 간절히 지키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난하게 사랑을 받고만 싶어'라는 말이 나태주의 '초라한 고백'이라는 시가 떠오르게 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시다.)

내가 가진 것을 주었을 때
사람들은 좋아한다

여러 개 가운데 하나를
주었을 때보다
하나 가운데 하나를 주었을 때
더욱 좋아한다

오늘 내가 너에게 주는 마음은
그 하나 가운데 오직 하나
부디 아무 데나 함부로
버리지는 말아다오

나태주 - 초라한 고백

 

여러 개 가운데 하나를 받는 사랑이 아니라, 하나 가운데 하나를 받는 사랑이 가난하게 받는 사랑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태주 시인의 '초라한 고백'이라는 시가 떠오르는 노래 가사다. 아무튼.... 애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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