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한 지 10일째

2021. 8. 16. 12:30일상다반사

집 바로 앞에 길고양이가 새끼를 6마리나 낳았다. 새끼 고양이들이 단체로 허피스에 걸려서 콧물 흘리고 기침하고 눈을 제대로 못 떴다. 바로 근처 과자점에서 치료가 필요한 2마리를 거두고 내가 한 마리를 거두었다. 그렇게 우리 집에 2개월짜리 꼬물이가 들어왔다.

 

평생을 길에서 살다가 집으로 들어왔는데 곧바로 애교도 부리고 밥도 잘 먹더라. 다행이었다. 다만 기침이 너무 심했다. 정말 다 죽어가는 사람이 내는 듯한 걸걸한 소리를 내었다. 며칠 뒤 동물병원에 데려갔더니 기관지염이라고 한다. 곰팡이성 피부병도 있었다.

 

내 호흡기쯤이야 뭐 아프면 그만이겠지만 1kg이 약간 넘는 이 작은 고양이가 아플까 싶어서 이 더운 여름에 에어컨도 못 틀고 재택근무를 했다. 한 이틀을 버티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에어컨을 전부 분해하고 청소를 시작했다. 이 작은 생명체 덕분에 한평생 안 하던 짓을 시작하게 됐다. 기관지에 안 좋을까 봐 입주 이후에 한 번도 닦지 않았던 구석구석을 모두 닦았다. 이불도 하루에 한 번 밖에 나가서 털어주고, 바닥도 하루에 몇 번이고 쓸고 있다.

휘센 벽걸이 에어컨 완전 분해...
토나올 뻔...
편-안

 

아무튼 결과적으로 이 작은 고양이 덕분에 우리 집이 굉장히 청결해지고 있다! 꼭 필요한 용품들을 사느라 카드값은 말도 안 되게 불어버렸지만... 이 작은 생명 하나를 키워낼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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